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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의 매력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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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0  11: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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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흔히 시는 산문에 비해 짧은 게 특징이다. 옛시조들도 단 세줄(三行詩)로 되어있다. 그 짧은 글 속에 개인의 철학, 신조, 애환, 그리고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까지 압축해 표현한 것을 보면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짧은 시중에서도 특히 더 짧은 시들이 있다. 시의 분량이 짧다하여 내용이나 시상(詩想)도 짧은 것은 아니다. 짧되 깊고 넓고 높은 내용을 표현한 것이 많이 있다. 그 중 몇 편을 골라 함께 누려보고자 한다.

⓵“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미래를 내세워/오늘 할 일을 흐리지 말 것”(박노해/경계) ⓶“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나희덕/푸른밤) ⓷“얼굴 하나야/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보고 싶은 마음/호수만 하니/눈 감을 수 밖에”(정지용/호수) ⓸“잘해줬던 시간들이 억울한 게 아니다/잘해줘도 억울하지 않았던 때가 그립더라”(하상욱) ⓹“그 사막에서 그는/너무도 외로워/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오스텅 블루/사막) ⓺“당신은 행복을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그 것을 얻게 된다면/그것은 마치 할머니가 잃어버렸던 안경을 찾아 낸 것과 같다/할머니의 안경은 항상 코 위에 걸쳐져 있었으므로”(로시 빌링스/행복) ⓻“저녁때/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힘들 때/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외로울 때/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나태주/행복) ⓼“가끔 네 꿈을 꾼다/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이제는 너를 보면/아, 꿈이로구나/알아챈다”(황인숙/꿈) ⓽“간다간다 하기에 가라하고는/가나 아니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아라”(피천득/눈물) ⓾“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너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나태주/멀리서 빈다) ⑪“산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산에 올라 산을 다시 보면/아름답지 않은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예전엔 아름다웠던 사람이 더 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면/당신과 그 사람의 거리가/그만큼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가까워지면서 보이지 않았던/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가끔은 뒤로 몇 걸음/물러나 그 사람을 다시 보십시오//처음 그 사람을 만나/눈을 떼지 못했던 그만큼의 거리에서”(정철/그 사람을 다시 보십시오) ⑫“문득 가슴이 따뜻해질 때가 있다/그 이름을 불러보면/그 얼굴을 떠올리면/이렇게 문득/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원태연/살아있어 행복해) ⑬“다른 사람의 결점이/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내안에도 똑같은 결점이/어딘가에 있기 때문입니다”(혜민스님) ⑭“날 떠날 거면, 다 끝낼거면/더 좋은 사람 만나라는 말 하지마//날 버릴 거면, 더 잔인하게/날 위한 척 또 미련 갖게 만들지마“(주보라/날 떠날 거면) ⑮”추억은 늘 뒷걸음치고, 기다림은 언제나 앞질러 갔다/지금 이 시간도 1분 후면 추억이 되리라/아, 그때 나는 왜 네 가슴에 별을 심지 못했을까?”(이기철/활자 생애) ⑯“그대가 꺾어준 꽃/시들 때가지 들여다보았네/그대가 남기고간 시든 꽃/다시 필 때까지”(이윤학/첫사랑)⑰“몰래 써 본/할아버지안경/어이쿠/어지럽다//아하, 그래서 할아버진/신문을 보실 때마다/세상이 어지럽다/세상이 어지러워/끌끌끌/혀만 차셨던 거로구나”(문삼석/할아버지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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