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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9월의 단상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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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0  08: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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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절기에 대한 느낌은 연령대별로 제각각이다. 한해의 사이클로 보면 75%가 지나고 나머지 4/4분기의 정리 결산의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여름동안 땀 흘려 수고한 농부들은 추수와 결실을 기다리는 시간이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상급학교 입학시험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삼는 시간이다. 시인들은 이 계절을 어떻게 이해하고 노래했을까? 몇 편의 시를 통해 시인들의 9월 단상을 함께 해보자.

① “사랑하는 사람이여!/강산에 달이 뜨니/달빛에 어리는 사람이여/계절은 가고 또 오건만/가고 또 오지 않는 무심한 사람이여//내 당신 사랑하기에/이른 봄꽃은 피고/내 당신 그리워하기에/초가을 단풍은 물드는가//낮과 밤이 뒤바뀐다 해도/동과 서가 뒤집힌다 해도/그 시절 그 사랑 다시 올리 만무하니/한 잎의 사연마다 붉어지는 눈시울”(이채/중년의 가슴에 9월이 오면). ② “8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가지 못한 늦여름이/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켠//까자귀나무 검은 그림자가/떡 엎질러져 있다//그곳에//지나가던 새 한 마리/자기 그림자를 묻어버리고/쉬고 있다”(오규원/9월과 뜰). ③ “하늘 끝없이 멀어지고/물 한없이 차지고/그 여인 고개 숙이고 수심지는 9월//기러기떼 하늘가에 사라지고/가을 잎 빛 없고/그 여인의 새하얀 얼굴 더욱 창백하다//눈물어리는 9월/9월의 풍경은 애처로운 한 편의 시/그 여인은 나의 가슴에 파묻혀 운다”(함형수/9월의 시). ④ “9월이 오면/해변에선 벌써/이별이 시작된다//나무들은 모두/무성한 여름을 벗고/제자리에 돌아와/호올로 선다//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기도를 마친 여인처럼/고개를 떨군다//울타리에 매달려/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때 묻은 손수건을 흔들고/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무성했던 여름허영의 옷을 벗는다//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먼 항구에선/벌써 이별이 시작되고/준비되지 않은 마음/눈물에 젖는다”(문병란/9월의 시). ⑤ “인간은 누구나/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그리하여 그 가벼움만큼 가벼이/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기억을 주는 사람아/기억을 주는 사람아/여름으로 긴 생명을/이어주는 사람아/바람결처럼, 물결처럼/여름을 감도는 사람아/세상사 떠나는 거/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조병화/9월의 시). ⑥ “9월이 오면/어디론가 떠나야 할 심사/중심을 잃고 떨어져 갈 적,/황의 낙엽을 찾아/먼 사원의 뒤뜰을 거닐고 싶다//잊어버린 고전 속의 이름들/내 다정한 숨소리를 나누며 오랜 해후를/9월이여//양감으로 흔들리네/이 수확의 메아리/잎들이 술렁이며 입을 여는가//어젯밤 호숫가에 숨었던 달님/혼사날 기다리는 누님의 얼굴/수면의 파문으로 저 달나라까지 소문나겠지//부푼 앞가슴은 아무래도/신비에 가려진 이 가을의 숙제//성묘 가는 날/누나야 누나야/세모시 입어라//석류알 터지는 향기 속에 이제 가을이 온다/북악을 넘어//멀고 먼 길 떠나온 행낭 위에/가을꽃 한 송이 하늘 속에 잠기다”(박이도/9월이 온다). ⑦“9월!/바닷가에 써 놓은 나의 이름이/파도에 쓸려 지워지는 동안//9월/아무도 모르게/산에서도 낙엽이 진다//잊혀진 얼굴/잊혀진 얼굴/한 아름 터지게 가슴에 안고//9월/밀물처럼 와서/창 하나에 맑게 닦아 놓고 간다”(나호열/가을편지2).

9월은 이렇게 오고 저렇게 갈 것이다. 9월의 태양아래서도 다 익지 못한 과일은 더 이상 기회가 없다. 내년 여름을 기대할 밖에. 마지막 태양 볕의 은총을 입어 금년 농사의 결말을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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