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르는게 뭘까?"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고유가에 좀처럼 꺽일 줄 모르는 채소값, 새학기를 앞두고 지출꺼리가 많아진 서민들에게 2월은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살벌한 계절’이 되고 있다.

리터당 2000원를 기웃거리는 휘발유 가격은 특별한 변동이 없는 한,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www.opinet.co.kr) 자료에 따르면 대전지역 휘발유 평균판매가격이 ℓ당 1992원을 기록했다.

최저가 또한 1937원으로 1900원대 이하 주유소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LPG 가격도 오름세가 꺽이지 않아 리터당 1107원을 기록 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부들의 장바구니 또한 어렵기만 하다.
아무리 계절특성이라고 하지만 애호박 1개에 1200원, 배추 한통 3000원, 무와 대파도 두자리 수 이상 가격이 폭등했다.

오르는 건 농수산물만이 아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연말과 연초를 전후해 공산품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나마 가격을 동결했다고 한 일부 품목은 정량을 줄었다.

신학기를 맞아 예비중학생을 둔 학부모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교복값이 작년에 비해 10%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정장 1벌 외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블라우스나 바지, 스커트 등의 가격까지 합치면 40만원대가 훌쩍 넘는다.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이삿짐센터는 문의만 많을 뿐, 실제 이사를 의뢰하는 고객이 큰 폭으로 줄었다.

1백만원에 이르는 포장 이사비도 부담이지만 어디에 가도 2년 여 전보다 10% 이상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순수한 이사비 외에 부가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책걸상, 침대 등 가구류 교체, 도배 장판 등 보수비)을 합할 경우, 차라리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월세를 조금 더 내는 편이 낳다는 계산마저 나온다.

다급해진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물가잡기에 나서고 있다지만 피부적으로 와 닿질 않는다. 실물경제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지식경제부에 이어 농림수산식품부까지 잇달아 업체들에 물가안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만 가득할 뿐이다. 도대체 오르지 않는 건 무얼까.
속된 말로 ‘아빠 월급, 할아버지 쌀값’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수년 째 제자리 걸음만 보이는 추곡수매가격이 그렇고, 물가 인상률보다 적은 급여가 그렇다. 가장의 지갑은 얇아져도 쓸 곳이 많다 보니 한숨만 쌓여간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지금의 경제사정이 외환위기 이후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특히 직장인들은 요즘 경제상황에서 ‘물가상승’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느끼고 있다.

프리미엄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 대표 강석인)가 직장인 2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현 경제상황에서 가장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는 ‘물가상승’이 49.5%를 차지했다.

이어 ‘고용불안’ 18.9%, ‘소득감소’ 17.9%, ‘대출금리 상승’ 7.5%, ‘부동산 시장불안’ 3.3%, ‘특별히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가 없다’ 1.4%, ‘수출부진’ 0.9% 순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민들이 경제난을 극복하는 방법도 처참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경제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하고 있는 것(복수응답)은 ‘덜먹고 덜쓰기’가 73.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직을 준비중’이라는 의견이 31.6%를 차지했고, ‘복권을 구입하겠다’는 의견도 23.1%나 차지했다.

특히 IMF 및 금융위기 때와 비교했을 때 현재 생활형편은 ‘지금이 더 어렵다’는 의견이 53.3%를 차지했고, ‘당시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32.5%나 되어 10명 중 9명 가까운 사람들이 현 상황을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했다.

3한4온이 거듭되는 날씨로 접어들었지만, 서민경제의 봄날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