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본지대표

올해로 민선5기를 맞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공약 이행과 관련된 소식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대전과 충남지역의 경우, 한 지방자치단체는 공약이행률이 무려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었다.

어떤 방식으로 공약을 평가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접어두더라도 100%에 가까운 이행율을 기록했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할 정도다. 각 지자체 수장들의 임기가 아직까지 1년 여 가량 남은 관계로 민선 5기 마칠 때쯤이면 아마도 ‘100%+알파’라는 평가까지 나올 태세다.

잠시 화제를 돌려 대전을 돌아보자.
민선 5기 염홍철 대전시장의 공약 이행률은 65.9%. 이는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대전시에 자체 분석해 발표한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염 시장의 공약 132개에 이른다. 이중 사업이 완료됐거나,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은 총 87개로 65.9%를 이행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치는 전국 시·도지사 평균 공약 이행률은 47.1%에 비해 비교적 높은 성과로 평가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눈에 띈다.

먼저 분야별 공약이행율의 경우, 시민행정이 100%로 가장 높았고, 복지와 교육지원 분야가 각각 90.0%와 66.7%를 기록했다. 이어 경제과학 분야가 57.6%, 교통·건설 50.0%, 문화·관광 30.8%, 도시개발 30.0%, 환경·녹지 20.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100% 공약이행이라는 시민행정 분야다. 시민행정은 말 그대로 대시민 서비스다. 시민의 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시정시스템 정비는 물론,시민과의 대화, 금요민원실 운영, 시장과 함께 하는 아침산책, 주제가 있는 시민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의 시정 참여를 확대한 부분은 괄목할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추상적 개념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민행정분야의 경우, 양적으로 계량화할 수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맞물린 대형프로젝트 분야다. 경제과학과 교통건설 분야가 50%를 넘어선 것과는 달리 문화관광과 도시개발이 기대 이하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대전은 물론, 전국적으로 관심이 집중되었던 과학벨트 조성사업과 대전도시철도 2호선 건설,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은 물론, 대전 원도심 재생사업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후한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엄밀히 말해 과학벨트 조성사업의 경우 대전시장의 공약사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임기중 과학벨트 유치 하나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 후가 문제다.

물론, 정치권 공방과 더불어 박근혜 정부의 추진 의지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과학벨트 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여기에 염 시장이 심혈을 기울였던 엑스포 과학공원 부지 활용방안이 맞물려 더욱 험난한 길을 예고했다. 중부권 최대의 복합레저타운 건설은 언제부터인지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고, 정부의 과학벨트 분산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더욱 어려운 과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대전시민의 오랜 숙원이자 염 시장의 야심찬 프로젝트인 도시철도 2호선 건설도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설전을 거듭하며 건설방식을 놓고 난타전을 벌인 이 문제에 대한 해법 또한 멀기만 하다. 기존 방식대로 지중화를 하자니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이전 무산될 것이 뻔한 마당에 지상고가와 노면(트램)방식을 놓고 뾰족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5개 자치구별 숙원 사업 또한 해결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도심재생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원도심 활성화 방안은 구 충남도청사 활용방안을 필두로 갖가지 방안이 제시되었지만, 그에 따른 후발 효과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당초 예술대학과 박물관 운용이 거론됐던 도청사 부지는 시 산하 기관과 아카데미가 들어서는 선에서 일단락 된 모습이고,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원도심 활성화 또한 이런 저런 이유로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염 시장 취임 전부터 숙원사업으로 꼽혔던 유성복합터미널 건설사업도 민자공모 실패와 계획변경 등 쉼 없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유성온천 활성화 사업 중 백미로 꼽힌 계룡스파텔 부지 활용 방안 또한 흐지부지한 상태다.

다소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도안신도시 2~3단계 사업 또한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순연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 염홍철 시장은 "미진한 사업의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한 뒤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등 민선 5기 약속사업이 원활히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로 향후 추진의지를 밝혔다.

문제는 공약의 건수가 아니라는 데 있다. 모든 공약이 이행되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약을 시행함으로써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거론된 사안 중 과학벨트와 엑스포 과학공원,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두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그 효과는 추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메가톤 급’이다.

물론, 그 같은 문제가 대전시나 염 시장 혼자만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데 공감한다.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 재정을 비롯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추진 자체가 불가능한 사안이다.

우리가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는 것은 염 시장 자신이 소속 정당을 뒤로하는 결단을 해 가면서까지 지역현안을 어떻게든 해결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공약은 공약 자체에 끝나지 않는다. 모든 현안들이 뜻하지 않는 변수에 밀려 좌초되거나 공전을 거듭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대선과정에서 제시된 공약만 하더라도 5년 임기 내에 해결하지 못할 사안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융통성에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혼자 고민할 것이 아니다. 시민과 함께 하는 시정이라면 모든 보따리를 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문제해결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150만 시민은 ‘전국 최고의 공약이행율’이라는 소식에 앞서 시민과 함께 고민하는 시장의 모습을 바라고 있다.

장중식/대전경제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