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룡 논설위원

주택시장에서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도 오른다는 등식이 깨진 것 같다.

그동안 전통적으로는 전세가격의 상승이 꾸준하면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쳐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매매가격이 상승하면 다시 전세가격이 오르고, 그러면 또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우상향 순환구조를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전세가와 매매가가 서로 따로 놀고 있다. 아니 전세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도 매매가는 반대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e-나라지표’의 최근 10년간 ‘주택매매가격 증가율 추이’와 ‘전세가격 증가율 추이’ 통계를 보면 전세가격 상승과 주택매매가격 상승과의 상관관계가 과거에 비해 최근 연도로 오면서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때는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은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부터 임기말인 2007년 까지를 보면 ‘주택전세가격’과 ‘주택매매가격’은 거의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도 오르고 전세가격이 내리면 매매가격도 내린다.

이 기간 동안은 전세가격의 변동폭 보다도 매매가격의 변동폭이 더 컸다. 즉, 전세가격이 오르면 주택 매매가격이 더 많이 올라 집 가진 사람이 좋았던 시절 이었다.

특히 2006년에는 전세가격이나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하였다. 이때 주택전세가격 증가율이 전국 6.5%, 서울․수도권 10.4% 였는데, 주택매매가격 증가율은 전국 11.6%, 서울 18.9%, 수도권 20.3%의 증가율을 보였다.

즉, 전세가격 증가율 보다 매매가격 증가율이 거의 배가 높았던 것이다. 그래서 전세가가 상승하면 당연히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것으로 그 당시는 의당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말년에 전세값과 집값이 너무 상승하자 부동산정책 실패 했다고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으면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증가율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즉 부동산 경기가 급격이 침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를 너무나 잘 알고 계신다는 그분의 장밋빛 환상으로 인해 다시 부동산 경기가 크게 살아날 것으로 예상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바로 그해 9월 15일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실패로 인해 세계 4대은행 중의 하나인 리먼브라더스 투자은행이 파산을 하면서 전 세계에 글로벌금융위기가 도래 한 것이다.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소유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이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이 주택소유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은행도 망하는 구나. 항상 집값이 오르는 것만은 아니다 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아울러 지독한 경기침체로 인해 주택 구입의 금전적 여력이 고갈된 상태가 지속 되었다.

이때부터 전세가격 상승이 주택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동조화 현상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격의 변동과 매매가격 변동의 상관관계가 무너진 것이다.

특히 서울․수도권에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상관관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 했다. 2009년도에 주택전세가격 증가율을 보면 전국 3.4%, 서울 6%, 강남 7.9% 정도 인데 주택매매가격 증가율은 전국․서울 2.7%, 강남 3.4%로 전국은 소폭 둔화 됐으나, 서울과 강남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부터 전세가는 상승해도 매매가는 하락하는 현상 발생해

이명박 정부 들어서부터 ‘전세가격 증가율’이 ‘매매가격 증가율’을 앞서기 시작한다. 2010년도에는 전세가격 증가율이 전국, 서울, 강남할거 없이 모두 6% 이상 증가율을 보이는데 매매가격은 전국만 1.9% 증가를 보이고 서울(강남, 강북 모두) 전체, 수도권이 마이너스 1%이상의 증가율을 보여 본격적인 가격하락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11년도에는 전국, 서울, 강남·북, 수도권 등 대한민국 전체의 전세가율 증가율이 10%가 넘어가는 고공 행진을 벌이는데 매매가격 증가율은 전국 6.9%, 서울, 강남·북, 수도권이 0%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니 당연히 전세가 폭등 애기가 나오는 거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갭이 줄어들게 되니 자칫 잘못하다가는 전세 들어갔다가 보증금 손해보고 나오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급기야 2012년도에는 전세가격 증가율이 전국 3.5%, 서울․수도권 2.1%의 증가율을 보인 반면 매매가격 증가율은 전국 0%, 서울 전체․수도권이 -3%대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여 지속적인 가격 하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월부터 직전 12개월의 월별 ‘주택매매가격 동향’과 ‘주택전세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전세가격은 작년 4월부터 매달 적게는 전월대비 0.1%에서 많게는 0.5%씩 꾸준히 상승해 왔으나 매매가격은 작년 7월부터 금년 3월까지는 매달 적게는 전월대비 -0.1%에서 많게는 -0.3%까지 꾸준히 하락하다가 금년 4월 0.1%, 5월 0.2%, 6월 0%의 변동률을 보여 주었다.

이렇듯 주택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던 때는 먼 옛날의 추억이 되었고, 지금은 전세가격 상승은 단지 서민의 등골을 휘게 하는 전세난만을 야기할 뿐이다. 과거의 경험에 의거해 전세가가 상승하면 언젠가는 매매가격도 오르겠지 하고 막연히 기다리다가는 기회비용만 날리고, 실망만 커질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가정(home)으로서의 집은 월세, 전세, 자가소유 등 다양하지만 하우스로서의 집은 소유 뿐이다. 지금과 같이 인구증가의 정체 내지 감소 현상이 일어나고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유하는 동안에는 재산세, 양도시는 양도세를 내야하는 현실에서 가정(home)으로서의 집은 필요해도 하우스(house)로서 집에 대한 초과 수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세가격의 상승이 매매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일반론적인 과거의 경험을 빨리 버리고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부동산 시장을 바라 볼 것을 주문하고 싶다.

김성룡 / 현 나이스타운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