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본지 대표

일전 공영방송의 한 매체에서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문제점이 집중 보도된 바 있다. 이 매체는 아파트 관리비와 관련, 주택관리업자 및 각종 공사업체 선정 시 입찰과정 등에 관한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으로 방영되어 큰 주목을 끌었다.

물론, 이번 방송이 서울 일부 지역의 사례에 대한 내용으로 그쳤지만 전국적으로 볼 때 이와 유사한 사례가 다반사일 것이라는데는 이의가 없어 보인다.

공공주택 중 아파트에 살아 본 사람이라면 매월 부과되는 관리비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당연히 내야할 ‘공과금’ 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일반관리비를 비롯, 세부적인 항목에 대해 일일이 따져보는 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전기사용료와 난방비, 상하수도 사용료 등에 대한 증감부분만 살펴볼 뿐이다. 납부 방법 또한 날이 갈수록 자동이체가 많아지는 추세다. 일반 납부의 경우, 자칫 납부기한을 놓쳐 가산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비리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살펴보아야 한다. 대체적으로 1000세대 이상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경우, 자치관리위원회나 건물관리업체에 용역을 주는 형식으로 운행된다.

건물 하자보수는 물론, 경비와 청소 등 일반적인 관리업무까지 주민들이 직접하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무작정 외부에 위탁하는 방식을 택하자니 전문성이나 관리감독이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부분 입주자대표회의라는 주민자치기구를 구성한 후, 관리용역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관리를 위한 인력, 즉 관리소장과 관리기사, 경리직원 등 적게는 5명 내외에서 많게는 10여명이 넘는 관리사무소를 두게 된다. 이와 함께 경비용역업체와 계약을 통해 경비원 등을 위탁고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문제는 입주민들의 대의기관인 입주자대표회의 전횡에 있다. 대표회의는 말 그대로 주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심의의결기구가 되기 때문에 아파트 관리를 둘러싼 각종 계약과 위임업무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인사문제에까지 관여할 수 있고, 자생단체인 부녀와와 노인회 등과 협의를 통해 단지 내 장터 운영과 외부광고 수주 등 크고 작은 수익사업도 할 수 있다.

1년에 한 번 꼴로 시행하는 결산과정 또한 형식적으로 치부되기 쉬운 구조이다. 회계법인이나 세무사 등과 협약을 맺고 업무결산을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 구성 시 함께 선임되는 감사의 도장 하나로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음만 먹는다면 각종 계약과 관리업무 등 상상 이상의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기구가 되기 쉽다. 주민들이 납부하는 관리비로부터 자신의 급여를 받게 되는 관리소장 외 직원들은 마치 정부집행기관이 되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되는 구조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이번엔 입부민들이 내야 하는 아파트 관리서를 들여다 보자. 입주민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일반관리비는 평형별로 균등분할하는 방식으로 고지되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일반관리비에 포함되는 내역에 있다. 일반관리비는 대부분 직원들의 급여와 상여금, 그리고 복리후생비와 관리사무소 유지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부분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체, 관리소장 외 0명이라는 방식으로 총액으로 고지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어느 직원에게 지원되는 지도 모르고 명절 또는 휴가비 보조금도 책정되었는가 하면, 관리소장의 업무추진비(일명 판공비)도 덤으로 얹혀져 있다.

공교롭게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업무추진비도 비슷한 금액으로 올려져 있다. 일부 아파트는 동 대표에게 지급하는 회의참석 수당명목의 비용까지 올라와 있다. 물론, 입주민들을 위해 시간을 쪼개가며 봉사하는 이들에 대한 보답 차원의 지급금이라 주장한다면 반론의 여지는 없다.

다만, 상대적으로 주민과 더 많은 접촉을 해야 하는 경비원들에게 지급되는 비용은 관리직 대비 50~70%대 밖에 되지 않는다. 일부 경비원들은 청소용역 직원들의 업무까지 보아야 하고, 출근 시간대 교통질서지도 지원업무까지 할 정도로 과부하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업무의 형평성에 대한 급여지원 수준 또한 신중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이사와 함께 돌려받을 수 있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은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용도와 집행실적, 외주 광고계약시 업체선정과정과 내역 등은 투명한 지 여부 등 입주민들이 일일이 따져 보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벽이 많다.

비교적 투명하다고 주장하는 아파트관리비 고지내역서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입주민들에게 는 공개적인 열람요청 외에는 관리내역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도 문제다.

3000가구가 넘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경우, 연간 관리비가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인 1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를 전국으로 환산할 경우, 연간 1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국민의 60%이상, 863만 가구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1990년대 이후 검경에 적발된 아파트 비리 사범만 6천여 명이 넘는다는 보도도 나왔다. 더 이상 아파트 관리비가 비리의 온상으로 얼룩지기 전에 보다 엄격한 관리와 감독기능을 갖춘 시스템 도입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