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대표

28일자로 발표되는 부동산 활성화 대책은 한마디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취득세 영구인하로 요약되는 이번 발표를 둘러싸고 그 효과에 대한 갑론을박 또한 만만치 않다.

이번 발표는 6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를 현행 2%에서 1%로, 6억 초과~9억원 주택은 2%, 9억원 초과는 4%에서 3%로 낮추기로 한 내용이다. 국회논의와 관련법 통과 등 아직까지 절차가 남아있지만 대체적으로 9월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이런 카드를 꺼냈을까. 이는 지난 6월30일 취득세 한시 감면이 종료된 이후 부동산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든데다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는 전세대란에 그 원인이 있다. 거래는 되지 않고, 전세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여기 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결국, 정부로서는 대출규제 완화라는 카드와 함께 부동산 취득의 장애요인 중 하나인 취득세를 인하하는 마지막 카드를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대책의 핵심인 취득세 영구인하가 부동산거래 활성화에 어떤 영향으로 이어질 지가 궁금하다. 일시적으로는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영구대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는 쉽게 말해 취득세 인하에 따른 주택매입비용은 줄겠지만 그 이후 매입자가 떠안아야 할 부담, 즉 과도한 대출금과 향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매매시장 동향의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세금 인상으로 이리저리 떠도는 사람들은 차라리 이번 기회에 집을 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겠지만, 향후 자신이 매입한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어떻게 변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까닭에 불안감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하든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속에서 정부의 발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은 평형별 또는 거래금액별 차등화 부분이 다소 미흡했다는 점이다.

취득세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세원이기 때문에 세수결손을 우려한 일선 지자체의 반발을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어떻게 시장에 끌어내느냐의 문제와 수도권과 지방의 거래가 차이 등을 면밀히 분석했어야 했다.

이 말은 즉, 같은 평형대라도 가격차이가 클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른 세 부담 또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국가에서 지역별로 세율 차이를 둔다는 자체가 무리수일 수도 있지만, 현실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세율을 조정하는 방안이 나오길 희망한다.

여기서 잠시 눈을 돌려 우리나라 가계가 안고 있는 부채에 대해 살펴보자. 이미 매스컴에서 일제히 보도된 바 있지만 가계부채가 2분기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점을 주목하자. 뜬금없이 부동산 대책을 얘기하면서 가계부채를 들먹인다고 지적할 지 모르지만, 이 문제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발표되는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있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 중 하나가 대출규제 완화라는 카드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부가 발표한 취득세 감면 혜택이 곧바로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2분기 한국의 가계신용은 총 980조원 규모였다. 이는 감소세를 나타냈던 전분기에 비해 16조9000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또한 앞서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4분기 963조8000억원보다 16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5.5% 증가한 규모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가계신용 부분이다. 가계신용이란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가계대출'과 카드·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인 '판매신용'을 합한 것을 뜻한다. 올 2분기 가계대출이 926조7000억원으로 17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9%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1분기(7%)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증가현상은 6월말로 종료된 취득세 감면혜택 등에 따라 주택대출이 5조2000억원 늘어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기타대출 잔액 역시 가정의 달 등 계절적 요인으로 3조원 증가한 14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는 게 한국은행 측의 설명이다.

또 한가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제1금융권보다 비교적 이율이 높은 제2금융권의 대출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실제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195조8000억원을 기록, 3조1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대목은 결국, 정부의 대책이 ‘세금을 깎아 주고 대출규제를 완화할 테니 주택을 구입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하는 수요자와 그 같은 심리를 부추긴 정부의 합작품인 셈이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집 없는 사람들은 은행의 문턱을 넘어야 하고, 그것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쉽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행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새로운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쪽으로 기운다면 그 여파는 상상 그 이상이다. 자산가치보다 높은 부채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한국 부동산의 현실 속에서 슬그머니 꼬리를 감춰버린 공급물량 대책은 어디로 갔는 지 궁금할 따름이다.

장중식/본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