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가계자금부족 등 악재가 겹친 국내경제 사정에도 불구, 규제와 고금리로 요약되는 금리정책이 또 한 번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 예금이자는 내리고 대출이자는 올리고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물론, 부도사태까지 이어졌던 일선 저축은행 대출 금리 또한 역대 최고치인 17%대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2년 1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보다 0.43%포인트 오른 연 5.8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3월(연 5.80%) 이후 거의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폭도 1998년 2월(0.56% 포인트)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기업대출을 포함한 예금은행의 총 대출 금리는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해 연 5.79%로 상승했다.

이와는 달리, 서민들이 은행에 맡기고 이자를 받는 수신금리는 전달 3.77%에서 3.75%로 떨어졌다. 예금은행들의 예금 대비 대출 마진은 전월보다 0.12%포인트 높아져 2.04%포인트를 기록했다.

그나마 높은 규제와 심사로 1금융권을 찾지 못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비은행 금융권의 대출 금리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달 상호저축은행 대출 금리는 역대 최고 상승폭인 2.44%포인트 급등하면서 연 17.1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협동조합의 대출 금리도 0.15%포인트 오르며 연 7.26%를 기록했고, 농·수협 등 상호금융 대출 금리도 0.02%포인트 올라 연 6.28%를 기록했다.

◇ 오른 금리에도 불구, 대출문턱조차 높아져

설상가상격으로 정부가 부실채권 방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제2금융권 대출마저 옥죄기 시작했다.

당장 서민과 비조합원들은 상호금융사(농·수·신협 및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희망할 경우, 예대율(예금에 대한 대출 비율)이 80%로 묶이고 비조합원 대출이 제한된다.

금융위원회가 24일 ‘제2금융권 가계대출 보완대책’이라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이 계획은 지난해 6월 말 가계부채 종합대책 이후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둔화된 반면, 상호금융과 보험사의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너무 빨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

금융위는 우선 정책자금 및 ‘햇살론’ ‘희망드림론’ 등 서민대출을 제외한 일반대출의 예대율을 80% 이내로 운용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속칭 ‘고위험 대출’에 대한 규제·감독도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3억원 이상의 거치식 또는 일시상환대출과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출을 고위험 대출로 분류해 관리한다는 내용이다.

더불어 보험사 가계대출 관리도 강화키로 하고, 가계대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정상 여신이 0.75%에서 1%로, 요주의 여신은 5%에서 10%로 각각 높아진다.

◇ 문턱 높아진 제2금융권, 사채시장으로 내몰아

이처럼 전방위적 압박에 따른 피해는 당장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 는 제2금융권 대출을 찾는 사람들이 사실상 1금융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층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대출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대부업이나 사채로 옮겨갈 경우, 마땅한 보완책조차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제2금융권 대출관계자는 “상호금융사의 가계대출 증가는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을 묶은 데 따라 발생한 후폭풍임에도 이를 간과한 채 제2금융권을 묶는다면, 대출자들을 대부업계나 사채시장으로 내모는 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