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득세 인하시기를 둘러싸고 거래시장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대전경제=장중식］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꺼내든 ‘8.18 부동산대책’의 시행을 위한 국회 법안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분양시장과 매매시장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부동산 대책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취득세 영구인하에 따른 부동산 구입시기를 둘러싸고 매수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아파트 분양의 경우, 계약과 중도금 납부에 이어 잔금완납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예비입주자들은 당장 입주와 동시에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야 하지만, 취득세 인하시점을 어디까지 소급적용할 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입주를 미루거나 아예 등기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일반 주택 매매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지만, 아파트 분양시장과는 달리 단독주택은 개인과 개인의 거래가 많아 매도자와 매수자간 잔금처리 시기를 둘러싼 시비로까지 확산되는 일도 발생할 정도다.

실제 내년도 2월 말 명예퇴직을 앞두고 대전 유성지역에 한 원룸주택(속칭 다중주택)을 구입하기로 한 직장인 A모씨(54)는 정부의 취득세 영구인하 소식을 접하고 지난달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안이 가을 정기국회를 전후해 법안통과를 예상하고 넉넉하게 10월 중순까지 잔금납부 시점을 잡은 A씨는 난감한 처지다.

현행 법률대로라면 잔금 또는 이전등기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취득세를 종전 요율(4%대)대로 내야 한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A씨는 3%에 달하는 세금을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정기국회가 시작된 10월 현재까지도 법안통과 시기는 불투명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A씨는 매도자에게 잔금 또는 이전등기 시점을 늦춰줄 것을 부탁했지만, 매도자 또한 잔금 납부와 더불어 또 다른 대체부동산 취득을 계약한 터라 사정이 녹록치 않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결국, A씨는 정부 발표만 믿고 부동산을 매입한 꼴이 되어 버렸다. 이 같은 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선 매스컴에서는 정부의 ‘8,18 대책’이 부동산 실물경기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줄을 이었다.

개인간 거래 시장과는 달리 신규분양시장의 사정은 이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장 올해 안에 잔금납부와 입주를 해야하는 예비입주자들 외에는 법안통과시기에 다소 둔감한 편이다. 이는 국내 아파트 분양시장이 대부분 ‘선분양 후입주’라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청약을 했다해도 적게는 1년에서 길게는 2년 이상 입주시기가 늦은 관계로 취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시점 또한 그만큼 여유롭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전과 세종시 지역의 분양아파트는 훈풍을 타고 있는 반면, 기존 아파트와 일반주택 매매시장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변수, 즉 취득세 영구인하 연기 또는 취소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대전지역의 경우, 지난 8월과 9월 한달간 전세가 상승세와 매매가 하락세는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자료를 보면 대전의 아파트 전세가 변동률은 8월 0.45%에서 9월 0.31%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매매가도 8월 -0.26%에서 9월 -0.07%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또한 전세가 변동률은 8월 0.66%, 9월 0.68%로 동일한 수준을 보였지만 매매가는 -0.24%에서 0.04%로 상승했다. 충남 역시 전세가는 보합세를 보였지만 매매가는 0.06%에서 0.10%로 상승했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이 정부정책발표에 따른 후광효과라는 측면도 있지만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수요층이 두터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8·28 대책에 대한 각종 금융지원 등의 기대감과 가을이사철 수요 등이 겹쳐 각종 지표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분양시장은 호조세를 이어간 반면, 개인시장은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당장 가을 분양시장에 뛰어든 건설업계만 보더라도 대전은 금성백조 죽동지구 A1블록 '예미지' 998가구, 양우건설 도안신도시 19블록 '내안愛' 502가구, 경남기업 문지지구 '경남 아너스빌' 1142가구, 효성 관저지구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460가구 등이다.

세종 또한 이지건설 1-1생활권 L-5블록 '이지더원' 900가구, 충남은 모아주택산업 내포신도시 RH 9블록 '모아엘가' 1260가구 등이 예정되어 있다.

정부의 취득세 영구인하 소식과 가을 분양계획이 겹치면서 어떤 실적을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형이다.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여름 비수기에 비해 거래량이 20-30%나 증가했다는 부동산 업계의 설명 또한 ‘그들만의 주장’이 될 수 있고, 이 같은 상승 분위기가 얼마만큼 지속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