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빅5 대열’에 합류한 농협금융지주가 탄생하면서 금융계는 물론, 농협 산하 일선 농민들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2일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유통 등 사업분야)를 모태로 하는 NH 금융지주 출범을 알리고 향후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된 계획은 한마디로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 소재 점포를 대폭 늘리고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유통과 수익사업에 적극 매진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최대규모의 점포 수 앞세워 '우위'

우선 농협은 금융지주 산하에 농협은행(카드 포함)·농협생명보험·농협손해보험·농협증권을 두고 각 금융 분야 사업을 확대함과 동시에 경제부문(유통) 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농협지주는 우리, 하나, KB, 신한 등 기존 4대 지주와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상품 선택폭이 넓어지고 영업망 확충에 따라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농협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농협지주가 기존 4대 지주와 경쟁체제에서 가장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는 분야는 전국적으로 산재한 점포 수.

일단, 자산규모만 보더라도 농협지주는 4위 그룹에 해당하는 신한금융의 330조 규모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점포수 또한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많다. 지난해 말 현재 농협지주의 총 자산규모는 240조원으로, '300조'클럽에 진입한 기존 4대 금융지주의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지점수 또한 농협은 1172개로 기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지점 수 1위인 국민은행보다도 월등히 앞서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이처럼 한층 넓어진 영업 범위를 바탕으로 은행 보험등의 분야에서 종래보다 한층 공격적인 경영을 하겠다는 방안도 이에 기초한 것이다.

여기에 지주출범과 동시에 신용업무(금융) 분야에 있어 일반 은행보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러 제약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곳 저곳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됐다.
 

"덩치 커진만큼 실적으로 보답해야"

하지만 농협지주의 앞날에 대한 기대는 극명히 갈리고 있다는데 초점이 모아진다. 덩치가 커진만큼 그에 준하는 실적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의 모태가 신용분야가 아닌 경제사업분야에 있는 만큼 농협의 주 고객인 농민과 중산층들의 불만을 잠식시켜야 하는 과제 때문이다.

당장 농협지주는 지방 점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수도권 위주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공언한 만큼 지방보다는 중앙으로 화력(?)이 집중될 전망이다.

농협금융 스스로가 오는 2020년까지 금융부문 총자산 420조원, 순이익 3조8000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1.6%로 성장한다는 목표치를 세운만큼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수도권 공략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농협의 비전과는 별도로 가장 신경쓰이는 대목은 사업분야다. 기존에 ‘하나로마트’ 사업이 기업형 수퍼(SSM)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매장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에 대한 농민과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민이익 대변 금융 맞나" 회의적 시각도

일전, 대형마트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논란이 일었던 ‘쌀 판매 전략’이 대표적인 논란거리 중 하나다. 직거래를 통해 농민과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구상이 오히려 농민들에게는 ‘헐 값 처분’이라는 비난만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비료 등 농자재 유통에 있어서도 계열사들의 ‘담합인상’ 논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농협측이 어떤 해법을 내 놓을 지도 주목된다. 한마디로 금융 외 경제사업분야는 이 곳 저 곳에서 보이지 않는 불만과 내홍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금융권에서는 "농협지주 출범의 파급력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정한 빗장이 풀린 상황에서 농협이 사업부문별로 집중투자와 공격적 영업을 벌일 경우, 은행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금융과 경제사업을 분리한다는 명분으로 50여년만에 ‘신경분리’를 선언하고 출범한 농협지주가 넘어야 할 산을 넘지 못할 경우, 이래저래 ‘신경통’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