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주 현

학부모들의 마음이 조급해진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검해야할 목록이 하나 더 추가 되었으니 그 이름하여 ‘진로’다.

진로(進路)란? 말 그대로 앞으로 나아갈 길이란 뜻인데 부모들의 발걸음만 재촉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좌표를 잃고 물 위를 정처 없이 떠도는 배와 같다.

정해진 목표 없이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어 닥치는 거친 풍랑에 맞서 굴하지 않고 키를 잡고 있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용기에 안타까운 박수를 보낸다.

박근혜 정부는 ‘행복교육, 창의 인재 양성’ 이라는 교육정책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자유학기제’를 도입했고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를 시험공부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발표와 토론 중심의 수업으로 진행하고 2016년부터는 외부기관에서의 진로체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

우선 연구학교 37개교를 운영하고 2014년~2015년에는 자유학기제를 희망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더불어 진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2014년까지 진로교사를 100% 배치하겠다고 한다.

부모와 교사의 진로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왜 ‘자유학기제’가 시작부터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진로가 결정되어 세상과 만난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자유학기제가 대한민국의 아이들에겐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아 설계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로 교육은 교육정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 가야할 교사와 부모의 진로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유명무실해 질 것이다.

“학교에서 아무리 잘하는 것이 있어도 성적이 나쁘면 꿈(Dream)도 꾸면 안 되나 봐요” “엄마는 영화감독이 되려는 제 꿈을 이해하지 못하세요. 그냥 안정적이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선생님이나 되라고 해요.” 진로 수업을 통해 만나는 많은 아이들이 고민을 토로한다.

심지어 학년 구분 없이 자신이 잘하는 것(재능)과 좋아하는 것(흥미)을 써 보라고 하면 복잡한 수학 문제보다도 더 어려워 한다. 한 글자도 써내려가지 못하고 점만 찍고 앉아 있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이유가 뭘까? 바로 진로교육의 부재다. 답을 주려는 ‘티칭(teaching)’에 익숙한 선생님들은 경청과 질문을 통해 대화로 진행되어야하는 ‘코칭(coaching)'의 방법을 쉽게 적용하지 못한다. 또 자녀를 위해서라는 명목의 독단적인 부모의 사랑은 아이들이 원하는 삶을 배재시켜 버리고 생명력 없는 꿈을 꾸게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아이들은 진로라는 단어에 열광한다. 단지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일까?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의 진로가 이 땅에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로부터 정해져서 수동적으로 살아야하는 존재가 아님을 알고 있다. ’내가 누구인가‘를 인식하는 ‘자아정체감’이란 단어가 도덕 교과서에서만 쓰이는 단어가 아니다.

내 아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들여다 보는 지혜를

아이들이 진정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를 알아 갈 때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아이들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길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을 인정할 수 없기에 부모는 늘 좌불안석이다.

올바른 진로교육은 무엇보다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의 독립적인 삶을 인정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교사와 부모는 아이를 대신해 결정하고 선택해 주는 역할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그 선택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역할임을 인지해야 한다.

아이 안에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믿고 기다리며 응원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이의 타고난 강점을 바라보고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다름을 이해한다는 것은 보이는 객관적인 자료들(성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려는 노력이다.

이 땅의 아이들은 지구별에 존재하는 73억 명의 사람 중에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고, 이유 불문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특별한 사람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우리 대한민국의 진로 교육은 시작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혹여 대한민국의 진로 열풍이 미풍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각자의 꿈을 찾아 떠나는 용기 있는 아이들을 응원하며(support) 기다려주는 부모와 교사가 되어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김주현/ 본지 객원논설위원

-. 부산 청소년미래꿈터 대표
-. 울산여고,방어진고, 주감중 등 kct 해석강연 및 진로 멘토링 강의
-. TMD교육그룹 교육컨설턴트
-. 진로진학 코칭지도자 양성과정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