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여행마니아들 사이에 갈만한 도시를 꼽으라면, 단연 오사카가 제격이다. 일본의 심장인 도쿄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큰 도시로, 명물 타코야키와 오코노미야기가 유명한 곳이다.

오사카는 옛 부터 '상인들의 도시'라는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현재도 일본 내에서 쇼핑의 천국으로 불린다. 상인들이 많은만큼 '먹거리'도 많고, 볼거리도 많다. 오사카는 지금의 회전초밥의 기원이 된 '컨베이어 벨트'가 최초로 발명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1년여 전 일본 동부를 강타했던 쓰나미로 초토화된 후쿠시마 원전지역과도 거리가 멀어 한국은 물론, 동남아 미국 등에서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사계절이 따로 없을 정도다.
특히 벚꽃이 개화하는 4월에는 오사카성과 더불어 오사카 일원이 밀려드는 인파로 만원을 이룰 정도다.

오사카 관광의 묘미를 한마디로 꼽으라면 “낮에는 역사를, 밤에는 현재를 살펴볼 수 있다”는 말로 요약된다,
형형색색의 불이 켜진 마천루를 포함한 대형 복합 쇼핑몰들이 밀집해있으며, 특히 ‘밤 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도톤보리 일원을 둘러보다 보면, 밤과 낮의 경계를 잊을 정도다.

◇ 680킬로미터, 대 장정의 뱃길을 따라

▲ 10시간 이상 운항하는 크루즈. 식당, 공용목욕탕 등 편의시설이 완벽하다.

한국 관광객들이 오사카를 찾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부산 또는 후쿠오카를 거쳐 12시간에 이르는 내해 뱃길이다.

저녁 7시50분, 북큐수 신동사항을 출발한 명문대양호 카페리호(9800톤, 탑승인원 713명)는 약 700키로미터에 이르는 거리를 밤새도록(12시간 30분 소요) 달려 오사카 남항에 도착한다. 깨끗한 객실과 샤워시설, 식당에 매점까지 모든 것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 TV까지 갖춰진 선실내 2인용 침실

아침 7시 눈 뜨자 마자 갑판위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다. 선내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나면 아침 8시를 전후해 오사카 남항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토요토미 히데요시 & 오사카성 천수각

▲ 오사카의 상징 오사타성(천수각)

오사카를 대표하는 상징물, TV와 일본 여행책자에서 후지산과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명소는 다름 아닌 ‘오사카성 천수각’이다.

1층 출입구 입장을 시작으로 8층까지 운행되는 엘리베이터, 이후 각 층별로 마련된 관람코스는 토요토미 히데오시의 일생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 가득하다.
봄이면 5천여 그루가 넘는 매화꽃과 벚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정통관료나 장수도 아닌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어떤 역경과 과정을 거쳐 최대 권력자로 수직상승할 수 있었는지, 또한 전설로 이어져 내려온 금괴 매장의 진위 등 흥미진진한 역사이야기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 아픈 상처마저도 교훈으로 승화

사람은 누구나 부끄러운 과거가 있으면 감추기 마련이다. 특히 그것이 개인이 아닌 국가차원에서 잘못되거나 힘든 과정이었다면, 더더욱 그럴 수 있다.

다소 비유가 잘못되었지만, 일본은 늘 지진의 불안감에서

▲ 고베 해안가에 보존된 대지진 현장

자유로울 수 없다. 고베 대지진이 그것이다.

오사카에서 1시간도 채 되지 않은 거리에 고베가 있다. 일본의 지진관측사상 최대의 파괴력을 지닌 대지진. 지난 1995년 1월 17일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 효고현(兵庫縣) 남부의 고베시 지역에서 발생한 이 지진으로 인해 사망자 5249명, 부상자 2만 6804명, 약 20만 명에 이르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중의 고가도로에 자동차가 질주하고, 30층이 넘는 고층건물이 즐비한 바닷가 한 지역에 조촐한 위령탑과 ‘지진 에어리어’가 보존되어 있다. 일본 사람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에게 필수코스로 잡힌 고베 지진현장을 보존 관리한 일본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 ‘불야성’ 속에 꺼지지 않는 상혼

▲ 외국문화가 공존하는 도톤부리

토요토미히데요시의 천수각과 함께 오사카의 밤은 각종 쇼핑몰로 유명하다. 오사카 (大阪) 관광의 백미로 언제나 활기 넘치는 곳 미나미 에리어가 있다. 젊은이들 문화의 모태이자 식도락의 거리로 각양각생의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눈과 귀, 입까지 즐거운 곳이다.

이 중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도톤보리(道頓堀). 다채로운 간판과 잘 꾸며진 입구에는 거대한 게와 복어 조형물 등 도톤보리 거리의 레

▲ 여학생들을 발길을 멈추게 하는 라멘집

스토랑들이 자랑하는 흥미진진한 간판들을 볼 수 있다.

한국의 남대문 쇼핑몰과 백화점 중간 정도라 하면 맞을 정도로 고급 쇼핑몰과 저렴한 식도락 거리가 함께 공존한다. 이 곳을 이용하는 주 고객층은 학생 등 젊은 계층과 샐러리맨, 관광객 등 다양하다.

이 거리를 다 둘러보려면 5~6시간이 모자란다. 오사카 도톤보리를 걷다보면 일본 사람 특유의 상혼을 엿볼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은 물론, 거리 곳곳에 외국 관광객들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업소나 거리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건물 형태나 모양만을 중시하지 않는다. 옷 차림은 물론, 즐비하게 마련된 음식을 맛보다 보면, “정말 이 맛을 일본 사람들이 냈을까?” 할 정도다.

물론, 음식을 만들거나 서빙을 하는 사람들은 교포와 2세, 현지에서 조달된 해당 나라들의 유학생들이 많다. 역으로 생각하자면, ‘돈도 벌고, 일자리도 제공하는 1석2조의 관광효과’를 톡톡히 내는 셈이다.

◇ 단 1개의 상품이라도 ‘눈 맛’이 먼저

▲ 도톤보리 일원에는 노상먹거리가 많다

오사카 일원의 상점과 음식을 둘러보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하다. 간단한 사탕이나 초콜릿은 물론, 작은 인형과 젓가락 하나까지도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다.

일견, ‘내용보다 포장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실속도 있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1+1’ 는 찾아 보기 힘들지만, 2개를 사면 1.5개에 해당하는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한국의 상술’과 다름 아니다.

특히, 옹기종기 몰려 있는 음식거리에 들어서면 입구 자체가 전시장이자 조리장이다. 지나는 손님이 음식 만드는 과정을 보게 된다. 혹, 장소가 협소하다면 출입문을 제외한 가게 전면에 음식 샘플을 전시하고 가격을 공개한다. 한마디로 ‘눈이 먼저 먹고, 입이 뒤따라 가는 형국’이다.

지나는 손님이 자신들이 내어 놓은 물건이나 음식을 사든 사지 않든 끊이질 않는 인사는 일본 특유의 친절이다. 이따금씩 한국어로 “마시써~요(맛있어요)”와 “안뇽하세요(안녕하세요)”라는 인사 자체가 손님의 발걸음을 잡게 한다.

▲ 물건 하나에도 정성이 깃든 먹거리

겨울 방학을 이용(일본은 한국과 달리 4학기 체제로 운영된다), 일본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3주 째 하고 있다는 한국유학생 A양(22.경기도 김포)은 “나도 모르게 나오는 인사가 손님들을 밝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일본 사람들의 친절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매장이라야 해 보았자 8평 남짓한 가게에서 다코야키와 간단한 요기거리를 판매하는 이 상점에서 하루 6시간을 일하는 A양은 “한국으로 돌아 가면, 비슷한 매장에 꼭 한 번 차려보고 싶은 가게”라는 말로 장래희망을 덧붙였다.

◇오사카는 어떤 도시? = 오사카 부는 인구 약 884만 명을 자랑하는 정치・경제・문화 면에서 서일본 최대의 도시. 오랜 세월 일본 문화의 중심지였던 교토와도 가깝고 음식과 예능 분야에서도 독자적인 문화를 쌓아 왔다. 또한 재일 코리안을 비롯하여 약 21만 명의 외국인이 거주하는 다문화 공생의 도시이기도 하다.

오사카 고베 = 장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