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기자

삼성과 CJ 등 국내 10개 주요 그룹이 지난달 26일 시간선택제 근로자 1만명을 뽑기 위한 대규모 채용 행사를 진행하면서 민간 기업 주도의 시간제일자리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주부 등 유휴인력을 고용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방침은 일선 노동계와 민간기업 모두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탓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시간제일자리 확대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대선 공약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포석이다.정부 발표대로라면 오는 현 정부는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을 주요 고용정책으로 잡았다. 구체적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여성 일자리 확대, 공공기관 파트타임 근무 확대 등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 93만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실현가능한 일인가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간기업과 노동계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실제 전체 신규 일자리 창출 목표치인 238만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인 점을 감안할 때, 시간제일자리를 계획대로 만들지 못할 경우, 애초부터 무리한 목표였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꼴이 되고 만다.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간제일자리 확산 고용정책은 먼저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노동계의 주장은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자칫 '질 낮은' 파트타임 일자리를 양산하기 쉽고, 그것이 곧 신규예비인력인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고용시장과 근로체계가 대부분 전일제 근무형태인 만큼, ‘파트타임제 근로자’에 대한 대우나 고용여건은 기존 근로자와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차별이 고착화될 때, 고용시장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저임금 근로자 양산은 물론, 소득계층간 부조화 등 사회적 문제점으로 귀착될 수 있다.이와 더불어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위해 내 놓은 정책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확산을 추진하는 민간기업에 대해 오는 2017년까지 세제혜택과 임금 지원 등 ‘당근’을 제시했다. 마치 1970년대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에서 보았던 ‘수출기업 지원정책’과 유사한 셈이다.

그 당시 한국경제는 수출이 곧 국가경제의 흥망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달러 한 푼을 더 벌기 위해 수출기업에 각종 세제지원은 물론, 천문학적 공적 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그 결과, 수출 증가에 따른 외환보유액은 증가했을 지 몰라도 이후 ‘덤핑수출국가’라는 오명도 함께 했다.

더욱이 생산에서 수출, 판매에 이르는 과정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출단가를 국내 판매가 이하로 떨어뜨리는 사례마저 발생했다. 결국, 이 말은 수출기업을 위해 내수시장과 국민혈세가 마이너스 부분을 충당했다는 얘기다.노동계와 민간기업의 우려 속에도 정부의 방침은 여전히 씩씩하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시간에 비례한 임금 차별 개선, 유연 근무제 도입 등을 통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정착시켜나가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용노동부 장관까지 나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기업의 인력수요를 발굴하고 공급을 매칭해주는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며 민간기업에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강제할 수 없다"며 "시간제 일자리의 주된 대상은 경력단절 및 기혼 여성, 퇴직 후 제2의 근로인생을 살고자 하는 베이비부머이기 때문에 졸업 후 상용직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취업을 제한하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강조할 정도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유휴인력을 최대한 고용시장으로 끌어오겠다는 얘기다. 일견, 일리있어 보이는 표현이지만, 그에 따른 반발이나 후유증은 면면히 살펴봤는지 의문스럽다. 경기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수순이지만, 전체 물량이 변함이 없는데 어느 한 쪽에 무게가 쏠린다면 반대 쪽은 무게가 가벼워질 수 밖에 없다.

전국의 대학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가 되어 버린 취업률의 사례를 되돌아 보자. 군대 간 사람 빼고, 휴학한 사람 제외하고, 이런 저런 사유로 중도에 학업을 중단한 인원까지 빼고 나면 졸업생 전부가 취업을 한 셈이 된다. 이것을 두고 ‘100% 취업’이라고 한다면 맞는 계산일까.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이 자칫 숫자놀음에만 빠지질 않기를 기대해 본다. 취업률 끌어올리기도 좋지만, 양보다 질을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책상 앞에서 숫자만 꿰어맞추는 정책이라면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공공근로로 대변되는 노인일자리 창출에서 경험해 보았듯,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 가며 일자리 늘리기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 지, 더불어 그에 따른 부담은 또 누가 져야 하는 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장중식/대전경제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