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중 기자

‘서민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현 정부 주택정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역대 정부 들어 가장 높은 전세가 상승률을 기록한 정부가 내 놓는 정책마다 ‘서민정책’이라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오는 17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주택법 시행령만 봐도 그렇다. 국토해양부는 법안 개정에 대해 “지난해 12월 7일 발표한 ‘서민주거안정 지원방안’ 후속조치를 반영했다”고 법 개정 취지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주요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법 개정이 과연 친서민 정책이 맞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먼저 ‘초고층 복합건축물 내 공동주택의 세대별 규모제한 폐지안’이 여기에 해당된다.

주택법 개정 이전엔 건축허가 대상 주상복합건축물 내 공동주택이 297㎡ 면적제한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이 같은 면적제한이 풀렸다. 국토부는 “초고층 복합건축물 건설 활성화와 대형 펜트하우스 등 고품질의 주거상품 개발을 도모하기 위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서민대책과는 동떨어진 법안 개정이다.

297㎡ 이상 초대형 펜트하우스에 거주할 만한 부유층과 이 같은 호화주택을 건설해 이윤을 챙길 건설사들이나 반길만한 법 개정인 셈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택지가 산정 방식도 건설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경된다. 건설업계는 그 동안 꾸준히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문제는 매우 예민한 정치적 문제로 국토해양부가 쉽게 법안 폐지에 나서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결국 이번에 건설사들을 달랠 수 있는 당근을 꺼내들었다.

그 동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택지가격 인정범위가 감정평가액의 120% 내로 제한돼 있었으나 법인장부상 기록된 택지가액도 실매입가 인정대상에 포함하고 인정범위는 감정평가액의 120% 또는 공시지가의 150% 중 사업자가 선택하도록 완화했다.

택지비 인정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분양가 현실화가 가능해졌다”고 환영입장을 밝혔다. 물론 건설사의 ‘분양가 현실화’는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 볼 때 ‘분양가 인상’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반서민 대책’으로 부를 만한 조치다.

‘대한주택보증의 계약금 및 중도금 환급 이행 요건 강화안’ 역시 주택수요자보다 공급자의 편익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대한주택보증은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주택의 준공이나 분양사업을 이행하거나 분양대금을 환급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공사가 거의 완료단계에 이르러 정상적인 입주가 가능한 사업장에서도 분양대금 환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주택의 정상적인 건설과 입주에 차질이 발생해 왔다고 판단했다.

결국 국토해양부는 주택의 기본성능이 어느 정도 완비되고 인테리어 등만 남은 상태로 4∼5개월 내 준공이 가능한 단계인 공정율 80% 이상인 사업장은 감리자의 공정률 확인을 거쳐 환급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법안 손질에 나섰다.

주택수요자의 환급이행 권리가 침해당할 소지 또한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정책방향으로 보면 이 또한 서민정책과 거리가 멀다.

김재중 금강일보 부동산담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