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한-미 FTA가 공식 발효됨에 따라 손익계산이 분주한 가운데 정작 일반 국민들에게 다가올 혜택에 있어서는 '풍선부풀리기'식 보도가 많아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 미국산 제품에 붙는 관세가 단계별로 철폐됨에 따라 국내에 공급되는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지는 지켜보는 일 부터가 녹록치 않다.

이는 한국과 미국간 체결에 앞서 한-칠레간 협약체결에 따른 반사이익이 일반 국민이 아닌 유통업자의 몫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 일제히 '할인' 홍보전 나서

찬반 양론을 접어두고 시행 초읽기에 들어간 한-미 FTA를 겨냥, 대형마트들의 미국산 수입농산물 할인행사가 언론사별로 쏟아지고 있다.

실제 한 대형마트는 협약 시행 일주일 전부터 미국산 와인 일부제품을 기존보다 30% 할인한 가격에 팔고 있다는 홍보를 시작했다.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미리 가격을 낮춰 손님끌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미국산 갈빗살은 40%, 오렌지는 15% 싸게 판다는 예고소식도 뒤따랐다. 포도와 자몽 등 미국산 과일값도 조만간 가격을 인하한다는 덤도 얹었다.

이 같은 행사와 관련, 대형마트 식품담당자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물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유통구조 개선 효과까지 더해진다고 하면 전년 대비 20% 이상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자동차 판매상도 '협약효과' 기대 부풀어

한-미 FTA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인 미국산 자동차 판매업자들도 내심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관세 인하에 따른 판매가 자체를 인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브랜드는 평균 5%, 미국에서 생산된 유럽과 일본 브랜드 차값도 소폭 인하된다. 완성차 뿐만 아니라 일부 부품에도 적용될 예정이므로 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한·미 FTA가 발효되면 5000만 원 짜리 승용차는 400만 원, 1만 원 짜리 와인은 2200원, 10만 원 짜리 가방은 9000원, 1만 원어치 체리는 2400원 각각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 마진은 소비자VS유통업자 누가 더?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미국보다 앞서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칠레산 와인이나 일부 유럽산 제품처럼 관세 인하가 판매가 인하로 바로 연결되지 않았던 사례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정부가 주요 품목의 FTA 전후 가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얼마나 '약발'이 먹힐 지 아직은 미지수다. 

한·미 FTA 발효로 국민이 얻는 세금 인하 혜택은 발효 즉시 관세가 폐지되는 품목만 9061개에 이르지만 언론매체에 발표되는 것은 많아도 50여가지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민감한 품목(미국산 오렌지나 자동차 등)만 소개가 될 뿐이다.

실제 지난해 실시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한-EU FTA의 체결로 소매업체의 61%가 가격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대한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이는 유통구조 등 시스템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 일부 품목만이 단기적으로 가격인하가 실시됐을 뿐 소비자들은 FTA의 전반적인 수혜를 입지 못했으며 일부 수입업자들의 '배 채우기'에 급급한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가격인하로 물가안정 호재 '기대 부풀리기'

여기에다 한술 더 떠 관세가 철폐되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물가의 안정 효과가 기대된다는 발표까지 잇따랐다.  무엇이 되었든 '장밋빛 미래'보다는 고질적인 유통구조 개선이 선결과제라는 지적이 많다.

이는 '관세철폐=가격인하=물가안정'이라는 단순 공식을 만든 탓이다. 생필품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대체재(귤과 오렌지 등)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뒤로 두고, 막연한 기대심리만 부풀린 탓이다.

이와 관련,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미 FTA로 인해 업체들의 가격 인하가 시행돼 단기적인 반짝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미 수입업체들이 일부 품목의 가격을 내린 상황이라 시장에 선반영돼 있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유통전문가들 또한 "유통구조 등의 근본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체감 물가의 수준은 크지 않을 것"며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최종 소비재가 아닌 고유가 등 수입원자재값 인상으로 인한 나비효과"라고 꼬집었다.

이는 곧, 정치적인 논리만을 앞세운 정부의 '기대효과' 홍보와 일부 판매점들이 가세한 '홍보전'이 겹치면서 최종 소비자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이유를 차치하고 15일부터 전격 발효되는 한-미 FTA 발효에 따른 최종 수혜자가 누가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