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권재 논설위원

한 대학생의 대자보로부터 시작된 안녕이라는 화두가 일파만파 전국을 강타하여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회자되는 단어로 부각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등의 인사말을 우선 떠올리게 하는 ‘안녕’이라는 단어는 친한 사이에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인사로 쓰이지요.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뜻의 이 단어가 이렇듯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주어로 활용되기에 필자 역시 덩달아 스스로에게 안녕을 물어봅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안녕한 삶을 살고는 있는 것인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아니 생각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일상이라는 가위에 눌려 허우적이며 하루에 하루를 보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아무 탈 없이 편안하지 못한 자신을 말입니다.

생각하건데 안녕하면 좋겠지만 다소 안녕하지는 못하더라도 별 탈 없이 살아가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습디다. 다소 못미덥더라도 잘 되겠지 하고 사는 것이 편하지요.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으면 탈이 나는 겁니다. 그럴까봐 사람들은 매사 애면글면하게 되고... 세상일도 마찬가지겠지요.

대자보에는 아시다시피 부정선거의혹, 철도 민영화 관련 철도노동자들의 직위 해제와 밀양 송전탑 사건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지적하고, 무엇보다도 소시민적 사고를 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현대인의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 사회적 행동을 촉구하는 글귀로 정리됩니다.

대자보 내용상의 사실여부와 정확도를 따지기 전에 이런 불편한 사안들이 사회 전면에 등장한 것에 대하여는 우리 모두가 이미 주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알면서도, 느끼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침묵합니다. 각자의 삶에서 일탈이 여간해서는 허용되지 않기에 쉽게 나설 수 없습니다. 그렇게 다수의 대중들이 침묵에 길들여진 것입니다.

침묵의 정서는 건조합니다. 침묵하는 사회는 무미건조하여 오랜 시간이 지속되다 보면 먼지만 풀풀 날리는 낙엽 쌓인 산과도 같이 그저 서걱거릴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조바심으로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소리처럼... 별 탈은 없지만 편편치 못한 그런 상태죠.

때마침 여기에 작은 불씨라도 당겨진다면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커다란 불길로 일어서게 됩니다. 역사책에 씌어 있는 사실 말고도 가까이 기억할 수 있는 사건들에서 그 위력을 가늠할 수 있을 테니까요.

보통 사람들이 소망하는 것은 최소한 별 탈 없이 무고하게 지내는 것이지요. 안녕이라는 단어가 인사말에서나 쓰일 수 있게. 정말 아무 탈 없이 편안하게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세상은 허락하지 않겠지요. 어쩌면 안녕이란 화두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편편치 못한 세상이 겨를 없는 당신에게 채근하듯 묻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안녕하시냐고...
 

유권재/ 시조시인,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