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대표

사상 초유의 철도파업이 22일만에 철회되었다. 모처럼만에 국회가 중재에 나서 ‘밥값’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이번 사태의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노조가 파업철회라는 발표를 했지만, 향후 철도민영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또 다시 정치쟁점화 될 전망이다. 정부 또한 코레일 파업사태를 정점으로 수십 조의 부채에 허덕이는 공기관 개혁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철도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갈렸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파업의 정당성을 놓고 갑론을박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평가해야 할까. 단순히 철도파업이 끝났다고 해서 이번 사태가 종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철도파업의 과정을 지켜 본 대다수 국민들은 한국철도의 속내를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되었다. 수십조에 이르는 빚더미에서 어떤 것이 필요한 것인지도 짚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측면에서 우리는 보다 진지한 자세로 한국철도가 안고 있는 병이 무엇이고, 그 처방은 무엇인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단순한 시각으로는 철도파업으로 인한 이용객 불편과 경제적 손실 부분이다. 국가기간망인 철도의 중요성을 접어두고라도 당장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 입장에서는 파업의 이유야 어찌 되었든 불편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는 자체가 불만이다. 또한 물류수송 관련업계의 경제적 손실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코레일이란 조직 자체의 태동과 운용, 그리고 향후 코레일이 국민공기업으로서 어떤 길을 가야하는 지 먼저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간과하고 이번 사태를 평가한다면 코레일은 ‘하루 이자만 20억을 지불하는 14조 부채에 시달리는 만년 적자공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기업에 준하는 평균연봉’에 그들이 벌이고 있는 파업은 그저 ‘철밥통 지키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코레일 파업사태는 지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론되었던 ‘뜨거운 감자’였다. 과거 철도청 시절부터 도마 위에 올랐던 철도문제는 공기업으로의 전환을 정점으로 해마다 수면 위로 부침을 거듭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정부에서는 공기업 개혁차원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이번 결정이 ‘선의의 경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고질적인 경영개선을 위해서는 경쟁체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맞서 노동계와 야권에서는 ‘민영화 수순을 위한 꼼수’라는 주장으로 맞섰다. 어느 쪽 논리가 맞느냐의 문제는 수서발 KTX가 본격 운영되는 2015년 이후가 되어야 검증이 가능해 보인다.

모두가 주지하다는 바와 같이 철도는 태생부터가 민간이 아닌 국가가 관여해야 하는 산업이다. 천문학적 사업비용으로 불리는 초기투자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 국민의 세금으로 기간망을 건설한 후, 손익여부를 떠나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해야 하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과거 철도청에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한 두 공단의 건설부채는 2011년 24조8000억 원, 2020년에는 최소 50조원으로 예상되며 매년 4천억 원 이상을 이자로 지불하고 있다.

이 비용은 모두 KTX 철도 건설과 인천공항철도에 대한 건설비용으로 이 비용이 존재하는 한 경영흑자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기에 용산역세권 개발 무산과 인천공항철도 인수 등으로 이미 수조원대에 이르는 적자를 코레일이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이 같은 정황을 간과하고 코레일 자체의 경영성과나 적자를 논한다면 출발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고비용(인건비 등)의 문제는 단순한 논리로 경영수지를 따져볼 때는 가능하지만 코레일 전체의 자본구조를 분석한다면 무리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일까. 문제의 노선은 PSO 지원을 받아 철도시설공단이 건설한 노선으로 한미 FTA에서 코레일의 독점운영을 허가받은 황금노선이다. 국토부 등 관련기관에서 자체 분석한 자료로 유추해 보더라도 연간 순이익은 5천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노선의 시발점이 기존 서울역과 용산역이 아닌 강남권을 주 고객층으로 하는 수서역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코레일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KTX 열차의 수익이 분리되고 그에 따른 적자는 기존 노선을 운영하는 코레일이 안고 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정부의 논리대로 신설되는 수서발 KTX 열차가 기존 열차와 선의의 경쟁체제가 될 수 있을 지, 아니면 기존선의 손실을 가져올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대부분의 선로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노선에서 경쟁체제 도입이 옳은 것인지도 두고두고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코레일 노사는 물론, 정치권까지 이구동성으로 ‘국민’이라는 단어를 앞세웠다. 철도의 이용객인 국민에 대한 불편에 머리를 숙이면서도 모두가 자신들의 주장을 ‘국민의 뜻’으로 앞세우기 바빴다. 하지만 똑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책임만은 상대에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번 사태는 봉합 수준에서 일단락 되었다.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코레일 노사는 물론, 정치권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정성을 가진 대화와 타협, 그리고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되돌아 보길 기대해 본다.

장중식/본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