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총장

현대사회의 리더십은 팀 리더십(team leadership)으로 특징지어진다. 한 사람의 카리스마(帝王的 리더십)가 전권을 장악하고 그의 명령이 곧 법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합력하여 선(善)을 이루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인재를 등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상하좌우로 소통을 하며 목표를 공유함으로써 분업과 협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되는 것이다. 물론 명장(名將) 밑에 약졸(弱卒)없다는 말이나, 종(從) 잘 두어야 주군(主君) 노릇한다는 말도 맞다.

그러나 모래처럼 모두 똑똑하면서 각각 노는 것보다, 황토 흙처럼 각각은 약하나 합하면 벽돌이 되는 리더십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중국에선 인재를 등용할 때 “의심이 가면 임명하지 말고 일단 임명했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중국고대사의 리더십을 돌아보자. 첫째, 임용삼걸(任用三傑 / 탁월한 인재 3명을 잘 활용하다)의 실화가 있다.

한(漢)나라의 고조인 유방이 천하를 평정한 다음 낙양의 남궁(南宮)에서 주연을 베풀면서 모든 신하들에게 물었다. “내가 천하를 얻은 이유는 무엇이고, 항우가 천하를 잃은 이유는 또 무엇입니까? 누구든지 나서서 말해보시오.”

그때 고기(高起)와 왕릉(王陵)이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군대를 풀어 성을 함락하고 적지를 점령했을 때 유공자에게 너그럽게 포상하고 그 이익을 함께 나누어 향유하셨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힘을 다하여 싸우고 공을 세우려 했습니다. 그러나 항우는 현자와 유능한 인재를 질투하고 승전 후에도 남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토지를 얻어도 그 이익을 함께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천하를 잃었습니다.”

그러자 한고조 유방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입니다. 장막 안에서 작전계획을 세우고 천리 밖에서도 이미 승리를 결정짓는 일에 관해서는 장량(張良)이 나보다 훨씬 유능합니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위로하며 군량을 충분이 공급하는 일에 있어서는 내가 소하(蕭何)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백만 대군을 지휘하여 싸울 때마다 승리를 거두는 일에 관해서는 내가 한신(韓信)보다 훨씬 못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 탁월한 인재 세 사람을 활용할 줄 알았기 때문에 천하를 얻은 것입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각종 악기의 연주자 보다 그 악기를 더 잘 연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각 연주자들이 해당 악기 연주 실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지휘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에 항우는 범증(范增)이라는 인재 한 명마저도 제대로 중용하지 못해 마지막에는 나에게 잡힐 정도의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말에 모든 신하가 머리를 숙이고 기꺼이 승복했다. 각 조직의 기관장이나 기업의 CEO들이 어떤 리더십을 행사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각천리마(却千里馬 / 천리마의 선물도 받지 않았다)의 사례도 있다. 한(漢)나라 중기에 문경지치(文景之治)라고 불리는 태평성대가 있었다. 문제 유항(文帝 柳恒 / 202-159 B.C)과 경제 유계(景帝 劉啓 / 188-141 B.C)가 통치하던 시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文帝는 23년간, 景帝는 16년간 통치하여 합계 39년간 국운이 왕성하고 민심이 태평했던 시기였다. 文帝는 B.C 180년에 왕위에 즉위했다. 그가 즉위 1년이 되었을 때 어떤 백성이 그에게 千里馬 한 필을 바치겠다고 왔다. 천리마란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 준마를 가리킨다.

文帝는 천리마를 보고 속으로 매우 기뻤지만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天子가 행차할 때는 봉황을 새긴 깃발이 선두에 서서 길을 인도하고 수레들이 그 뒤를 따르게 됩니다. 평상시에 지방순찰을 할 경우에는 하루에 50리(20km)를 가고, 군대를 이끌고 정벌을 하러 갈 때는 하루에 30리(12km)를 갑니다. 그런데 天子인 내가 천리마를 타고 달린다면 나 혼자서 어디로 가겠다는 말입니까?” 라면서 천리마를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또한 그는 앞으로는 진귀한 보물이나 상서로운 짐승 등을 절대로 왕궁에 가져오지 못하도록 전국에 공지했다. 그것은 관리들이 군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불필요한 경쟁을 함으로써 백성들을 괴롭힐 것이 아니라 맡은 일에 정직하게 충성하여 국가경쟁력을 공고히 하라는 행정조치였다.

천리마 한 필 자체는 대수로운 것이 아니었지만 문제는 말 한 필 바치는 것을 금지시킴으로 관리들의 기강을 세우고 전국의 민심을 바로잡은 것이다.

모든 공직자는 상관 쪽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자기가 책임진 아래쪽을 바라보고 그 일에 충성해야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군 지휘관을 임명했으면 그는 책임 맡은 지역에서 소임을 다해야지 관할부대는 내버려두고 청와대 정문 앞에 와서 대통령 눈에 들기만 힘쓴다면 충성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옛날 중국 고대의 리더십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나라와 우리 직장의 리더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