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장례식을 하고 있는 한 화장장 모습.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대전경제=장중식］보건당국, 해당병원 ‘개인정보 보호’ 이유로 입단속에만 급급

대전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의심환자가 사망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유가족과 사망자에 대한 후속대책마저 매뉴얼이 없어 시민들의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3일 대전의 한 병원에서 사망한 A씨의 경우, 메르스 확진이 아닌 의심환자로 구분되어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세종시와 관련 화장장 관계자에 따르면, 4일 새벽 1시쯤 관리직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들은 하루 전 사망한 ‘메르스 환자(의심환자)’에 대해 화장장 이용 가능 여부를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해당 관계자는 관할 공무원의 연락처를 알려 주었고, 담당 공무원은 인터넷을 통해 접수할 것을 안내했다는 것이다.

진위여부를 접어두고라도 이 같은 소식은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대전지역에서 사망한 고인의 장례를 치르려 했지만, 세종시에서 2차, 3차 감염을 우려해 메르스 사망자 화장 접수자체를 거부했다는 말로 변질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관계자는 “세종시 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지자체든 여건이 허락되는 한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며, “문제의 전화가 걸려 온 이후, 또 다른 전화는 없었고 인터넷 예약시스템 등 필요한 안내를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후속으로 보도된 일부 언론에 따르면, 유명을 달리한 A씨의 부인을 비롯해 아들 등 가족 4명이 병원이나 자택에 격리돼 있어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상주가 없이 장례를 치를 수 없음에도 관련 당국에서 속히 화장을 치를 것을 요구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이 같은 소문에 대해 대전시와 해당 보건소는 물론, 의료기관 등 어느 곳에서도 뚜렷한 답변은 없는 상태다.

이들이 한결 같이 보안을 유지한 이유는 개인정보보호와 보건당국의 '함구령' 때문이었다. 사는 곳은 물론, 이름과 가족관계 등 일체의 자료가 공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질병관리본부 또한 하루 종일 통화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메르스 의심환자가 ‘대전 유성지역에 거주하는 환자’라고 알려지면서 행정구역상 유성에 있는  한 병원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 병원의 경우, ‘메르스 오염이 되지 않은 병원’이라는 현수막까지 걸고 환자 유출방지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유성지역  감염자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환자 수가 급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검진예약 환자가 하루 사이 100여명 이상 줄었고, 외래 환자 감소 분까지 포함한다면 250여명에 육박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병원은 환자와 의료진 격리수용에 따라 부족해진 의료진 지원요청을 했지만, 이 마저도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다. 300여명에 이르는 의료인력 중 일부는 퇴사하거나 연가를 냈고, 비상상황에 필요한 응급실마저 폐쇄 위기에 몰렸다.

이 같은 혼란에도 불구, 해당 병원이나 질병관리본부등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의심환자가 되었든, 확진환자가 되었든 최소한의 환자 행적 조차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되고, 그에 따른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 본  한 시민은 “하루 하루 늘어만 가는 격리환자 수 발표에만 급급하지 말고, 지자체와 중앙정부, 의료진까지 공유할 수 있는 정보망을 구축하고, 진료와 격리, 사후처리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병원에서 연일 대책회의를 주재한 의료계 관리책임자 또한 "정부 방침에 따라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 같은 소문으로 힘들어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이 같은 사태가 보름 이상 길어질 경우, 직원 월급조차 준비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환자 관리는 물론, 의료계와 여타 산업까지 일파만파로 '메르스 불똥'이 튀고 있지만,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의 입만 바라 보는 국민들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