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를 맞은 2020년 한국은 경제활동인구 2.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 노인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부양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실버시대’라는 말로 대변되는 고령화 시대는 산업의 다변화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각종 노인성 질환자는 물론, 이들을 뒷받침할 만한 산업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부수적인 파급효과도 사회 곳곳에 미친다.

◇ 한국보다 앞선 초고령화 시대 '사전준비' 만전

▲ 콘도미니엄을 연상케 하는 노인복지시설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의 사정은 어떨까. 통계학자나 경제학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동의하는 것이 ‘한국보다 10년 앞선 패턴’이라는 말이다.
1세대 가족인구가 2명이 체 되지 않는 구성원이 그렇고, 평균수명 80세를 넘나드는 수명구조가 이미 한국을 앞서가고 있다.

이 처럼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일찌감치 ‘실버복지’를 유망산업 중 하나로 꼽은 일본의 복지센터는 한마디로 ‘빈익빈부익부’ 그 자체다.

▲ 간편한 조식세트. 필요한 양만 먹는다

인적부양보다 사회적 부양시스템 성격이 강한 터라, 근로자들은 명퇴 후 자신의 노후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인 부양의 의무는 근로자들로부터 징수된 각종 세금으로 충당하지만, 노인 스스로도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탓도 있다.

일본 본토 곳곳에 요양과 휴양시설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라지만, 그래도 후쿠호카 일대는 잘 갖춰진 시설이 많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사회복지시설이 하나의 테마타운 형태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테마타운 또한 철저히 수요자(노인층)의 입맛과 경제력에 맞게끔 설계되고 운영된다는 특징도 함께 갖췄다.

◇ 가족방문에 맞춰진 복지시설 만족도 110%

일본의 지자체로부터 30% 이내의 지원을 받는 후쿠오카 지역의 한 복지시설은 콘도형 건물로 구성되어 마치 잘 갖춰진 호텔 또는 펜션 성격이 강하다. 시설 내 치과병원은 물론, 주 1~2회 주기로 입소자들을 방문하는 주치의 등 의료진까지 지원된다.

▲ 아침마다 입소자들을 맞는 조간신문

특이한 것은 친척과 친지 방문 시 함께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기능(숙박 및 음식점 등 시설이용 가능)까지 부여하기 때문에 부모님의 병문안을 온다는 느낌조차 없다는 점이다.

원하는 사람에게는 사전예약으로 부모님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숙식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와인 바 까지 갖춰 있어 가족단위로 외식을 하는 분위기를 느낄 정도다.

휘트니스 센터 형식으로 갖춰진 재활시설에 의원까지 들여온 복지센터는 한마디로 한국 내 콘도미니엄과 호텔에 의료시설을 겸비한 형태로 비유된다.

한 가지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는 이 시설에 입소하는 비용이다. 한화로 1억원이 넘는 일시금(월정납부시 2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점이 한국과는 온도차가 있다. 다만, 입실자의 유고(사망 등)가 발생할 경우, 기존 납부한 금액 중 남은 금액은 전액 반환된다.

현지 담당자(병원으로는 총무부장, 대외협력부장급)의 설명과 시설안내 등은 마치 고품격 콘도회원권 판매를 독려하는 모습과도 같았다. 이 말은 곧, 노인요양시설 자체가 하나의 상품화가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 매머드급 재활복지타운 ‘규모에 놀라고...’

▲ 표지판 너머로 한눈에 들어오는 복지시설

앞서 방문한 노인복지시설이 시내지역의 ‘콘도형 복지’라면, 두번 째 방문한 복지타운은 ‘세트형 종합실버타운’이라고 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줄 잡아 10만 평이 넘는 면적에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병원은 물론, 재활시설과 공동작업장, 치매환자 전용병동, 잘 가꿔진 숲속의 정원 등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그림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물론, 지자체 주도로 조성된 사업이지만, 운영은 일정의 시비 보조금에 해당하는 자활생산시스템(장애인들이 출퇴근 형식으로 작업)과 시설이용료(숙박 및 온천시설 이용 등) 등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고......

▲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복지시설 전경

보호자와 떨어진 공간 속에서도 충분한 의료서비스와 자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였다. 특히, 지자체 명퇴 공무원이 자원봉사자가 되어 연수단에게 직접 한국어와 일본어로 설명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서 하루를 보내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은 이 곳이 시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오전에는 자신의 희망에 따라 수영장, 운동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자활작업장(텃밭을 가꾸는 농업이나 간단한 상품을 만드는 작업)을 활용하다 보면 낮 시간이 언제 가는 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 독서와 산책은 물론, 한국의 호텔과 톤도미니엄 이상의 편의시설과 부속시설을 갖춘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쉽게 연상이 되지 않는 방문객을 위해 가이드가 던진 한마디가 새롭다.

“강원도 평창이나 대관령 목장 위에 호텔을 지어 놓고, 그 곳에 입주한 사람들이 농사를 짓거나 시설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 현실에 맞춘 시각, 그리고 내일...한국의 미래 엿보다

일본 사람들의 정서 속에 가장 짙게 깔린 것이 있다면 ‘현실을 직시하되, 그것을 받아 들이고 즐기라’는 의식이다.

▲ 천만궁 입구에서 빵 굽는 노인

하루가 멀다하고 대지진의 공포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일본인.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그들이 짓는 웃음 뒤편에는 현실과 미래를 오가면서 적응과 실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땅 덩어리 자체가 한국보다 턱없이 비싼 탓에 내 집, 내 무덤 보다는 편리하고 실속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지혜를 갖춘 셈이다.

사회부조 개념에서 다소 높은 공적부조(연금 등 적립식 제세공과금)에 시달리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자신들에게 돌아 올 혜택을 생각하는 일본 사람들. 그들은 분명, 실사구시의 자세가 저변에 깔려 있다.

잠시 눈을 돌려 한국의 실버산업을 떠올려 볼 때, 시설보다는 의료 자체에 비중이 높은 감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만한 질병은 병원을 찾고, 거동이 불편해져야만 노인병원 등 복지시설을 찾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까.

60세가 넘는 나이에 은퇴 후에도 10년은 어느 곳이든 일을 하는 사람들. 그것이 교통안내원이든, 문화관광해설사이든 귀천이 없다. 그런 그들이 일찌감치 생각한 노인복지는 ‘호텔과 콘도 이상의 환경’을 일궈내고 남을만큼 부러운 것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빵을 굽고 관광객들을 향해 “아리가또우~~(감사합니다)”라며 웃음을 짓는 모습, 그것이 한국에서 10년 이내에 도래할 수 있다면 지나친 기대였을까.

/후쿠오카 = 장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