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사카 최대번화가중 하나인 도톰보리. 밤이면 관광객과 쇼핑객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1인당 국민소득 3만6000달러. 1억3000만명에 육박하는 일본은 한국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다. 삼한시대 이후 수 천년 동안 역사의 부침을 함께하며 영욕의 관계를 맺어 온 일본. 그들의 속내는 21세기를 함께 살고 있는 지금에서도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 있지만 그들의 역사는 곧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 할 때 놓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소 무리가 따르긴 하지만 여전히 한국보다 10여년은 앞서 간다고 하는 일본. 세계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그들의 생활 속을 들여다 보았다.

▲ 칠순의 나이에도 교통정리에 나선 노신사.

철저한 개인주의 속 타인을 배려하는 의식

일본의 도로와 교통은 거미줄 같이 복잡하지만, 4박5일간의 일정 내내 경적소리 한번 들어보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기만 했다. 아무리 바빠도 앞지르기나 과속이 없었고, 보행자를 발견하면 언제든지 차를 멈춘 후, 보행자가 건너길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어린아이와 노인은 물론 차량이나 보행자 모두 정지선을  엄격히 지키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택시에 이르기까지 가벼운 목례 외에는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모기 어려웠다.

▲ 정성스럽게 포장한 사탕줄.

언제 어디서든 인사와 미소로 화답하는 사람들

길을 걷거나 업소를 방문할 때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쓰미마셍~"과 "아리가또우~".

직역하자면,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도이지만 '쓰미마셍(미안합니다)'라는 말의 빈도가 훨씬 높다. 무엇이 그렇게 미안한 것이냐는 질문에 가이드는 "그냥 인삿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며 "일본에서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 내가 먼저 미안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그러고 보니, 수학여행철에 만난 학생들도 눈만 마주치면 '쓰미마셍'을 연발한 것 같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정말로 미안해서 하는 인삿말이 아닌 반가움의 표시였던 것 같다.

한마디로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대화체가 생활화 된 것이다. 일본 특유의 친절은 쇼핑공간이나 음식점에서

▲ 크루즈 내부에 전시된 큐슈특산품

빛을 발했다.

쇼핑 계산대에서는 손님에게 정확히 얼마를 받았고, 거스름돈은 얼마인지를 일일이 설명했다. '이랏사이마세(어서오세요)'로 시작된 점원의 응접은 '아리또우(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비교적 간단했지만, 명료했다.

특히 아무리 작은 선물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고(물론, 그 의중은 알수 없지만), 답례를 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일본 방문기간 중 교포2세를 통해 들은 이야기지만, 일본 사람들은 선물을 받을 때 포장을 뜯지 않는다. 하루 정도를 집에 보관 한 후, 손님이 가고 난 다음에야 열어보는 것이 관례라 한다.

▲ 고베대지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제단

특이하고 낯설은 애경사 문화

애사와 경사에는 예약과 답례가 공식화되어 있다. 검은 양복과 정장에 흰 블라우스나 분혼넥타이는 경사참석용, 검은 블라우스와 넥타이는 애사 참석용 복장.

특히, 결혼식장에는 반드시 참석여부를 묻고 그에 준하는 식사와 답례품을 준비하다보니, 낭비되는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인의 정서에는 다소 ‘야박하다’고 볼 수 있지만, 검소와 낭비를 구분할 줄 아는 자체는 본받을 만한 것이었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장례문화인데, 높은 지가와 비용으로 매장은 엄두를 못낸다는 점이다. 대부분 화장을 한다. (자그마한 묘 하나 쓰는데도 한국 돈으로 무려 1억원이 넘는다고.)

장례식을 마친 후 화장한 유골을 집안에 모셔다가 일정 기간 동안 참배를 하고 조상들의 넋을 기리는 풍습도 흔하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낯설어도 한참 낯설은 관습이지만, 작고한 조상들을 가족으로 대하려는 일본인들의 마음만큼은 남다를 것이 없었다.

계약부터 사후관리까지 원스톱...부동산과 주택생활

▲ 자투리공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옥상 운전연습장

관동대지진 등 숱한 자연재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일본. 일본 제2의 도시라 불리는 오사카 도심 외에는 고층빌딩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한국의 연립과도 같은 5층 이하의 공동주택이 눈에 띄었고, 단독주택 또한 2층 구조가 많았다.

특이한 것은 구성원 4인 가족 1세대당 적정 평형수가 약 13~18평형 내외라는 것. 한국에서는 최소 24평 또는 30평형이 넘어야 적격이라지만 일본의 경우, 20평만 넘어도 고급주택에 해당한다고.

이런 연유에는 비싼 부동산 가격이 있지만, 새대주 혼자 벌어서는 감당이 되질 않기 때문이다. (15년 된 중소기업 과장급 월급이 세금공제 후 200만원 내외라고.)

신혼부터 월세로 사는 사람도 많다. 보증금은 별도로 없고 2개월치 월세를 선불로 지급한다. 모든 것은 공인중개사(컨설팅) 사무실에서 주도로 한다.

▲ 경차와 1세대1주차장이 생활화된 일본주택

세입자가 이사할 경우, 방 수리나 도배 등에 필요한 비용은 건물주와 세입자간 50대50으로 분담한다. 일본은 한국에서 흔한 전세개념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한다.
한국 또한 전세에서 반전세(보증금+월세) 형태로 전환추세라 하니, 언제쯤 일본의 전철을 밟을 지 궁금한 대목이다.

조용하지만 역동적인 나라 ‘일본’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패전국인 일본. 1945년 이후 60여년만에 일류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국제질서 패러다임은 차치하고라도, 조용한 가운데 쉼없이 자기계발을 주도한 노력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수차례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를 냈다는 자체만으로 과학강국의 입지는 입증되었고, 한정된 자원 속에서 허세보다는 효율성을 앞세운 실리위주의 근성은 아니었을까.

▲ 토요토미히데요시 투구

▲ 일본군의 전투현장을 재현한 모습

안타까운 일일 수 있지만, 일본의 선행학습은 우리나라 한국에도 좋은 벤처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이 어떻게 성장해왔고, 어떻게 분배해 왔으며, 어떤 방식으로 세계무대에 설 수 있었는 지를 살펴 볼 일이다.

눈망울이 초롱한 5살 꼬마

소원카드를 꽂은 중학생

빵 굽는 칠순 노인의 모습

야무진 눈매의 5살 어린아이의 눈에서 밝고 활기찬 중고생의 표정, 그리고 팔순에 이른 나이에도 빵을 굽는 노인의 연륜 속에서 일본의 역경을 들여다 보았다면 지나친 착각일까.

▲ 번화한 모습이 이채로운 오사카 야경.

지옥온천에서 필자

/오사카.후쿠오카=장중식 기자